단기 양도세율 완화 관련 전문가 입장 '엇갈려'
정부, 내달 세제개편안 발표…추경호 "다주택자 과도한 세금 수정"
정부가 다음달 중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다주택자 부동산세 부담 완화는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전체적인 세수 감소를 감안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높이면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편, 단기 양도세율 완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의도에서 바라본 상수동 일대 아파트 전경.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7월 말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세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검토 단계여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하긴 이르지만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 등이 언급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먼저 불을 지폈다. 추 부총리는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세제를 강화하는 건 맞지 않는다"면서 "부동산 세율을 이미 낮췄으니 다시 높여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이대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금 문제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부동산 세제 개편은 지난해 말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예고한 대로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정부는 단기 거래에 매기는 양도세율과 관련해 1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 중과를 폐지하고 1년 미만 단기로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땐 세율을 70%에서 45%로 내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분양권 양도 시 세 부담도 낮추는 등 단기 양도세율을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분양권 거래의 경우 계약일로부터 1년 미만 보유는 시세차익의 70%, 그 외 경우는 60%의 세율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기본세율에 20·30%포인트 중과)에 대해선 한시적 중과 배제 조치를 내년 5월까지 연장하고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기 양도세율 완화와 관련해 전문가들 입장은 엇갈렸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 양도세율 완화가 필요하다"며 "시장이 안 좋을 땐 1주택자가 시장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데 1주택자가 (가격이) 떨어지는 걸 잡으려 하진 않고 다주택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택 가격 하락기에도 양도세 완화가 효과를 봤다. 미분양 해소가 급격히 이뤄진 경우들을 봤을 때, 양도세 완화와 관련이 있는 게 왕왕 있다"며 "양도세가 완화되면 현재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양도세는 하나의 거래세인데, 거래세는 낮춰야 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다"며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선진국 세제로 방향을 잡아 부동산이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양도세와 취득세는 거래세고 종부세 등은 보유센데 둘 중 하나가 높으면 하나는 낮춰야하지 않을까 싶다"며 "전 정부 땐 둘 다 높아서 문제였다. 분양권 관련 양도세율 완화는 하나의 투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사람이 분양받아야 하는 건데 분양권 양도세율 완화는 바람직하진 않다. 집값이 급락하니까 손을 댄 건데, 집값이 내려가면 규제를 다 풀고 오르면 다시 규제하는 등 극단적으로 정책 방향을 잡는 건 문제"라며 "최근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면 (분양권을) 팔 수는 있게 해주되 양도세까지 낮출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민이나, 자녀교육 등으로 인한 이사 등의 이유로 분양권을 파는 거에 대해선 예외 조항을 둬 완화하는 방법이 필요할 순 있겠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발표될 세제 개편안에는 이같은 내용에 대한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당 내용은 법 개정 사항이므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관련, 야당과의 협의가 쉽지 않았던 만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에 관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수 부족'으로 인해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기재부가 발표한 '4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4월까지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 대비 33조9천억원이 감소했다. 4월 한 달 국세수입은 46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조9천억원 줄었다. 올해 4월 국세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은 33.5%로 정부가 관련 수치를 보유한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기재부는 세수 부족의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 부진'을 꼽았다. 소득세를 구성하는 양도소득세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 4월까지 양도소득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조2천억원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급감한 주택매매량 등이 양도세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전체 소득세 감소분 8조9천억원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이에 현재 종부세는 공시가격의 60%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80%로 되돌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을 뺀 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결정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2018년까지 80%였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1년 95%까지 높였는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0%로 낮췄다.
'종부세 원상복귀' 논란과 관련해 김인만 소장은 "세금 부담은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에 과세표준은 80%였는데 작년엔 공시가격 등이 높아 부담돼 일시적으로 내린 것이다. 올해는 전체적인 부담이 완화됐으니 다시 상향조정해 정상화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동대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하면 지금보다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세액을 조정하는 방향보다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통합해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관련해선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상반기 중으로 정상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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