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귀 하신 몸’ 된 데이터센터, 부지전력 확보되는 부지 찾아 삼만리…주변 시세의 세 배 거래도

양념통집사 2023. 3. 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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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있는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 사진 네이버

경기도 광주의 한 데이터센터 부지는 수전(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받는 것)이 가능해지자 호가가 1.5배로 높아졌다. 총 3만3000㎡ 규모인 해당 부지는 애초 매수 의사를 보인 업체와 200억원 수준으로 가격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전력이 확보된 후 땅 주인이 호가를 300억원으로 높였다. 이후 해당 부지를 매입하려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320억원에 팔렸다. 안산에 있는 또 다른 부지는 인근 땅 시세의 세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거래됐다. 입지가 비슷한 부지의 시세가 3.3㎡당 800만~900만원 선인데, 25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수전이 확보되면서 데이터센터를 짓는 게 가능해지자 가격이 급등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클라우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부지를 매수하려는 개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 한정적인 탓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변전소 사용량이 포화에 다다른 지역에서는 작년부터 공급 허가가 막히면서 데이터센터 부지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에 따르면, 2021년부터 대용량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신청서가 집중적으로 접수되면서 파주와 수원, 의정부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지연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의 용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몰리면서 여유 용량이 부족한 지역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고전압의 전기가 필요해, 통상 154㎸(킬로볼트)나 345㎸를 사용한다. 데이터센터 1개 소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40~100㎿(메가와트) 수준이며, 주택용(3㎾) 기준 1만3000~3만3000가구에 공급 가능한 용량이다. 

전력 사용량이 많아 전력 5㎿ 이상을 사용하는 대규모 전기 사용자가 거쳐야 하는 ‘전기사용예정통지’ 절차도 밟아야 한다.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한전에 통지하면, 한전은 전기 공급 가능 여부를 검토해 공급 허가 통지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으로 2029년까지 한전에 전기사용예정통지를 신청한 수요는 466개 소(3만2263㎿)로 파악된다. 2021년까지 접수된 누적치(308개 소, 2만1732㎿) 대비 1만531㎿ 증가한 수준이다.

그런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몰리면서 전력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일례로 신덕은변전소와 신파주변전소 계통으로 345㎸ 전압을 송전하는 파주시에서는 지난해 변전소 용량이 포화되면서 전기사용신청 전 단계인 전기사용예정통지를 접수한 고객 25명 대부분은 한전으로부터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예정 통지를 접수한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고양시와 인접한 신파주변전소의 주 변압기 용량이 먼저 포화됐고, 현재는 신덕은변전소 주 변압기 용량까지 포화되면서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다만 사용 신청이 접수된 전기의 공급 전압이 154㎸이거나 22.9㎸인 경우 일부 제한적으로 공급 가능으로 통지하기도 했다”고 했다.

신의정부변전소 계통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의정부시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신청서가 집중적으로 접수된 작년 상반기 이후 345㎸ 송전 선로가 포화돼 대부분 공급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대용량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345㎸ 변전소 건설 등 계통 보강이 필요한데, 8년 정도 소요된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수원 지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작년 초부터 전력 공급이 멈췄다.

변전소 용량 부족 문제가 심화하면서 전력이 확보된 토지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 부지에 비해 거래 가격이 50% 이상 뛰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 컨설팅 회사 ‘유니크솔루션’의 홍석지 대표는 “수전만 가능하면 토지주가 매도 가격을 높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변전소의 여유 용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전력만 확보되면 토지주가 갑이 된다”고 했다.

토지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이룸공인중개사무소(화성 봉담 소재) 관계자는 “계약금으로 매수 가격의 20~30%를 달라고 하거나 계약 체결 후 6개월 이내에 잔금을 납부하라고 요구하는 매도자도 있다”면서 “데이터센터는 통상 인허가를 받은 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잔금을 지급하는데, 계약이 완료되기까지 10개월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으니 자기 자본이 있는 업체에만 부지를 팔려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전력이 확보된 토지를 둘러싼 경쟁은 심화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개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 요금을 높게 산 글로벌 투자자들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면서 투자자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코리아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데이터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하이퍼스케일(초거대) 규모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도 데이터센터 부지의 희소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지역의 전력 공급 자립도를 고려해 전력 공급을 최종 승인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현재는 전기 사용자로부터 전기 공급 신청이 접수되면 일부 예외 사례(여유 전력 부족, 사용자가 전기 요금 미납 등)를 제외하고 공급을 거부할 수 없는데, 앞으로는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려는 자로 인해 전력 계통 신뢰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거부할 수 있다. 작년 12월 26일부터 올해 2월 6일까지 입법 예고한 상태로,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정유선 컬리어스코리아 데이터센터 서비스팀 이사는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의 진출이 늘면서 한국의 데이터센터 시장은 계속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기존에는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들이 전기 공급이 가능한 서울 인근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면, 이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산업단지 등 부지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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