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파는 이유? 다시 사면 그 가격에 못 사”
“빌라는 재개발·재건축 호재 있는 곳만 투자”
“부동산도 ‘쪽박’ 친다... 멘탈 안 되면 하지 마라”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창업자와 코인·주식 등 투자에 성공한 신흥 부자들이 초고가 아파트를 속속 매수하고 있다. 이를 보는 일반 급여생활자들의 박탈감은 나날이 커진다. 조선비즈는 진정한 부동산 고수의 투자법을 소개하고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목돈 모으기부터 첫 투자, 기회의 순간까지 고수의 투자법을 실감 나게 전달해본다.
“자산이 얼마냐고요? 모릅니다. 부동산을 판 적이 없는데 얼마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투자 경력 20년이 넘은 ‘프로 부동산 투자자’가 자기 자산이 얼마인지 모른다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투자 철학을 듣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한 마디로 정의한 투자 철학은 ‘저스트 두 잇(Just do it·그냥 해)’이었다. 일단 투자를 한 뒤 일 년이고 십 년이고 묵혀두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40대 사업가 이모씨를 만나 부동산 투자 현황과 입문 계기,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들어봤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40대 부동산 투자자 이모씨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기소개해 달라.
“경기와 충북에서 안전 용품 등을 취급하는 건설 자재업을 22년째 하고 있다. 부동산에는 일찍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자재 사업을 하면서 더 관심을 두게 됐다. 사업장이 필요해서 부동산을 사들이게 된 게 투자의 시작이었다. 두 군데서 사업을 하다 보니 살 아파트가 필요해서 샀고, 회사 운영에 토지와 공장이 필요하니 경·공매로 낙찰 받았다.”
━현재 자산은 얼마나 되나.
“법인으로 투자한 것까지 다 합치면 등기가 150개 정도는 될 거다. 처음 살 때보다 가격이 오른 건 알지만, 솔직히 내 자산이 총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1억원씩 계산하면 150억원이고, 2억원씩 계산하면 300억원일 것이다. 그렇게 추정하는 정도다. 산 물건을 팔아야 시세차익을 남겨서 계산할 수 있는데, 정말 거의 안 팔았다. 지금은 다 올라서 팔았을 때 그 가격에 살 수가 없어서 안 판다. 나는 ‘부동산 콜렉터(Collector·수집가)’다.”
━부동산을 팔지 않고 장기 투자를 하는 이유가 있을까.
“20년 전 첫 투자로 산 게 전남 신안군에 있는 토지 3300㎡(1000평)이었다. 3.3㎡당 1만원에 샀는데 지금 시세가 20만원이다.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번 걸까?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입지의 토지여서 그렇다. 토지의 가치 변동이 일어나서 가격이 오른 거지 물건 자체가 바뀐 것은 없다. 서울 강남 아파트도 똑같다. 반면 인건비나 재료비는 부동산 상승분만큼 올릴 수가 없다. 그렇게 올리면 국가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씨가 그간 투자한 부동산 계약서들.
━부동산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지. 투자할 때마다 자금은 어떻게 마련을 하나.
“필요할 때마다 돈이 생긴다. 사업 소득도 있고, 부동산 자산이 오르면서 은행에서 대출이 더 나오기도 하고. 투자는 아파트부터 빌라, 단독주택, 토지, 건물, 공장 등 다양하다.”
━왜 그렇게 다양하게, 많이 샀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보는 것만큼 확실한 배움이 없다. 또 궁금해서. 그 결과 자신이 가진 역량에서 움직여야 하고, 투자와 사업 사이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부동산 투자는 어떤 계기로 입문하게 됐나.
“27살 때 시작했다. 당시 모 분양대행사에 다니던 친구가 시행 부문을 가지고 독립해 사업을 시작했다. 거기에 1억원 정도 투자를 했는데 망해서 돈을 날렸다. 그 1억원 중엔 가족들 돈도 있었다. 왜 실패를 했는지 공부를 하다 보니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됐고, 현재까지 왔다.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한 건 투자 시작하고 4~5년 뒤다.
━성공한 투자사례 한 개만 꼽는다면.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킨 것은 있다. 모 지역 아파트에 전세 끼고 현금 2억원으로 매수해서 매도했고, 현 시세 기준으로 6억원 차익을 남겼다. 2억원으로 6억원을 벌었으니 세 배를 번 거다.”
━전세 끼고 하는 투자가 효율적인 투자라고 생각하나.
“대출 이자를 임차인이 내준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전세를 끼고 하는 투자가 효율적이다. 또 (금융권보다) 임차 시장이 범위가 넓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
뭣 모를 땐 빌라를 이것저것 샀는데, 지금은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는 곳만 산다. 다년간 투자하면서 기술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빌라는 서민의 필수재이기에 구조적으로 가격이 아파트만큼 급격하게 오를 수가 없다. 누수 등 관리를 많이 해 줘야 하는 부담도 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아웃풋이 안 나오면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품으로 보고 있다.”
━공동투자도 많이 하는 걸로 아는데 주로 어떤 분야에 하나. 공동투자를 하는 이유는.
“건물,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한다. 공동투자를 하는 이유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장기간 부동산을 갖고 가는 편인데, 외부 환경에 변수가 많으므로 그 변수를 분산하면서 가기에 공동투자가 좋다. 만약 내게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도 공동 투자자들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나에게 도움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이씨가 공동투자를 통해 낙찰받은 경남 진해의 한 오피스텔 전경.
━현재는 서울 부동산만 보나.
“지금은 서울만 본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인구가 줄어든다, 인력이 없다 등으로 가고 있고 투자도 흐름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당분간 지방 투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시간 지나면 지방도 분명 회복을 하겠지만, 당분간은 추세가 지속하지 않겠나. 수도권은 판교, 수원, 용인, 하남, 구리, 남양주 덕소 등 지역이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본다. 경기 북부에는 큰 회사가 없어서 리스크가 있다.”
━부동산 투자를 잘 하기 위해서 평소 특별히 노력하는 게 있나.
“아침 3~4시에 일어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멍 때리기’다. 스마트폰 없이 20~30분 정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 다음 책을 본다. 5시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헬스를 한 지는 15년쯤 됐다. 그리고 사우나가 끝나면 8시다. 그때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등기나 가등기 등 서류 작업이 있을 수도 있고 임차인에게 연락이 오면 받기도 한다. 신규 사업도 준비하고 공동 투자할 투자자도 만나고, 그러면 하루가 금방 간다.”
━독서를 많이 한다니 초보 투자자들이 읽을만한 책을 한 권 추천한다면.
“김경일 아주대 교수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투자서는 예전에 많이 읽었고, 요즘엔 심리학을 공부 중이다. 투자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아무리 잔뼈가 굵어도 사람이기에 항상 흔들리기 마련이다.
추천서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나도 책을 많이 읽지만 그 책이 다 옳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PR을 위해 만든 책들이 많다.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저자의 생각이 어떤지 알아본다는 정도로 책을 본다.
그것보다 투자는 결국 행동과 실행이다. 어떤 정보가 있어도 그것을 선택하는 것과 분석하는 것은 다르다. 분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선택은 인고의 시간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만큼 선택이 어렵다. 그 선택이 옳고 그름을 떠나 혼자 하기는 두려우니 공동투자로 같이 하는 거다. 많이 선택해볼수록 쉬워지긴 한다.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은 해본 사람과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실행을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있는가.
“본인이 직접 투자에 뛰어들어봐야 리스크를 얼마나 감당할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내 성향을 파악하는 거다. 물론 실행을 한다고 해서 다 대박나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쪽박 찰 확률이 99%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해서 돈 번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 내 방법은 투자에 있어 자신의 표준편차를 알아보려면 경험치, 즉 개체가 많아야 한다. 나는 그 경험치를 쌓으려고 노력했다. ‘백 번 해 보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1억원 투자는 어렵지만 400만원은 그보다 쉽지 않나. 예를 들면 전남 목포 같은 데 가면 매매가 7500만원에 전셋값 7000만원 하는 아파트가 있다. 바다에서 생물이 나오는 목포 북항이라는 항구 근처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삶의 터전이 그곳이기 때문에 계속 거기 살아야 한다. 거기서 임차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해 보는 거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물론 요즘엔 지방 시장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썩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연습을 하는 거다. 또 상상을 해 보면 좋다. 다 지었을 때 용적률이 400% 정도는 될 것이고, 바다가 보이는 뷰에 20층 이상 신축 아파트라면 앞으로 투자 가치가 있지 않을까. 언제가 됐든 말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임차인이 중간에 빠질 수도 있는 등 리스크는 언제나 있다. 그걸 관리하는게 스킬이라면 스킬이다.”
━수많은 임차인이 있을텐데 이들을 대하는 팁 같은 게 있나.
“없다. 그냥 부딪혀야 한다. 일단 들어주고, 호의적으로 대해줘야 한다. 얼토당토 않은 요구는 들어주지 않는다. 구축 아파트를 새 아파트처럼 바꿔줄 수는 없지 않나.”
━투자 인생에서 위기가 있었다면 언제인가.
“항상 위기다. 임차인이 나간다거나 유지·보수·관리 등에서 문제가 나타난다. 특히 구옥들은 항상 문제가 생긴다. 투자 초보자들은 이 부분을 특히 힘들어한다.
내 비결이라면 임차료를 안 올리는 것이다. 경기가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셋값을 수년 간 안 올리는데는 전세사기 위험이 있기가 어렵다. 전세금은 엄연히 임차인에게 빌린 돈이다. 어차피 빌린 돈 올려서 뭣 하나.
조금 다른 얘기지만 갭투자는 리스크를 건 투자형태라고 본다. 하지만 갭투자를 잘못해서 망한게 사기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의도적으로 사기를 친게 아니라 경영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갭투자에서 세입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전세금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경매를 통한 투자도 많은데 자신만의 명도 팁이 있다면.
“앞서 말한 임차인을 대하는 팁과 비슷하다. 본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들어준다. 임차인들이 불편하게 해도 주눅들지 말고 들어준다. 해줄 부분이 있으면 들어준다.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임차인도 두렵다는 사실이다.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다.”
━가장 최근 투자사례는 무엇인가.
“경남 진해의 오피스텔을 60개 정도 경매로 낙찰받았다. 이것도 공동 투자다. 준공된 지 얼마 안 된 오피스텔이어서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임차를 맞췄다. 3개월 만에 거의 다 임차 계약을 완료했다. 공실에 대한 두려움은 늘 있다. 그래서 늘 투자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씨가 최근 투자 목적으로 임장을 다녀온 필리핀의 한 리조트 전경.
━해외 부동산에도 관심이 있나.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리조트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 노는 덴 돈을 쓰지 않나. 동남아 국가도 예전과는 달리 리조트 시설이 빠른 속도로 선진화되고 있다. 현지 인건비가 저렴하고 한국인 관광객도 많다. 해외이기 때문에 국내보다 리스크가 좀 더 크다고 보고 리스크 헤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기회가 생기면 도전해보려고 한다.”
━최종 투자 목표는.
“이전에 언급한 김경일 교수의 책에서 ‘행복은 어떤 목표 지점이 있는 게 아니라 순간 순간 느끼는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나는 집 살 때가 제일 행복하다. 선택할 때 가장 행복하다. 물론 사고 난 뒤 순간 행복감 뒤엔 또 관리 등으로 스트레스가 이어진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 같다.”
━선배 투자자로서 이 기사를 읽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라. 본인을 위해서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고 본인에게 맞는 투자 콘텐츠를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내 주변엔 오피스텔 사서 돈 번 사람도 있고 빌라만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 옳고 그른 것은 없고 성향 따라 투자하는 거다. 빌라만 사도 20억~30억원 자산가는 될 수 있다.
물론 버틸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개인적으로 빌라는 세 채만 갖고 있어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라도 급전을 구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자칫하다간 전세사기꾼으로 전락한다. 구조상 1년에 한 번씩은 임차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임차인이 안하면 어떡하나. 전셋가가 떨어지면 집주인이 뱉어내야 하는데 보통 사람은 그게 잘 안 된다. 그런 리스크를 줄이려면 공동투자를 하거나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투자할 멘탈이 갖춰지지 않으면 하지 마라. 멘탈 싸움이다.”
━투자에서 좋은 사람은 어떻게 만나나.
“나는 석사과정만 세 개를 했다. 6개월짜리 미니 MBA도 하고 최고위 과정도 두 번이나 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사고를 갖고 싶었다. 돌아보면 옛날에 나는 딱딱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스폰지처럼 말랑말랑해졌다.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나 역시도 다듬어지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돈은 더 들었지만. (웃음) 물론 사람마다 이렇게 똑같이 할 순 없다. 내 방식은 직접 경험하는 거였으니까. 이렇게 좋은 사람으로 주변을 리셋(reset)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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