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리센츠 33평 2년새 3억 껑충
전세가격 9억원대서 최고 12억원
보증금 뛰자갱신권 사용 35% 달해
전세선호 여전한데 서울 입주 반토막
“불안한 전셋값, 집값 밀어 올릴 우려”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전경
“1년 전만 해도 ‘역전세’ 얘기 나와서 재계약 때 전세금 돌려받을 줄 알았는데 그사이 전세가 이렇게 뛸 줄 몰랐어요. 계약갱신권 써서 5% 인상으로 간신히 재계약했네요.”
서울 송파구에 있는 5500가구 규모 대단지(리센츠)에 사는 김 모 씨는 “전세가 오르는 속도는 너무 빨라서 다음번 만기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이번에 계약갱신권을 썼기 때문에 2년 뒤가 무섭다”고 했다.
김 씨가 사는 이 단지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민평수’ 30평대(전용 84㎡, 33평) 전세 시세가 9억원대였다. 그런데 현재 시세는 12억원(KB시세)으로 3억원 가까이 올랐다. 매물 호가는 10억4000만원~15억원대로 최저 호가도 1년 전에 비해 1억원 이상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같은 평수가 14억원까지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갱신하는 분들은 10억원대에 계약되고 신규 거래는 12억원 이상 거래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전세 폭락이 지속될 줄 알았는데 1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전세 공급이 급감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입주 물량이 줄고 있고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면서 전세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이미 서울 전세는 49주(지난달 25일 기준)째 상승세다. 전셋값 상승은 부동산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지난 2014~2017년 서울 전셋값은 134주 연속 상승하며 매맷값을 밀어 올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 공급이 감소할 요인만 넘쳐난다”며 “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일 아파트 정보앱 아실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전세 매물은 빠른 속도로 감소 중이다.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 3만9000개였으나 현재 2만9000개로 25%나 줄었다.
1000가구 넘는 대단지인데도 전세 매물이 0곳인 곳도 있다. 서울 구로 구로동삼성래미안은 1244가구인데 전세 매물이 1건도 없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아파트는 실거주 수요가 많기 때문에 전세부족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매물이 없으니 가격은 뛴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전용 84㎡)는 2년 전에는 8억원대에 계약하던 것이 현재는 10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단지 DMC파크뷰자이는 4300가구인데 전세 매물은 31개뿐이다. 1년 전 (전용 84㎡) 전세 시세는 6억원대였지만 요즘은 이 가격은 찾기 힘들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로 7억원대가 많고 집 상태가 좋은 곳은 8억원 넘게도 나온다”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를 예상했지만 지금 상황이 정반대다.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세 연장을 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보증금을 5% 내만 인상해 2년 더 살 수 있다. 서울 양천구 대단지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는 이달 34평대전세 거래 14건 중 10건이 갱신 거래다. 전세가가 올라 5%만 인상할 수 있는 계약갱신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양천구 아파트 전세를 연장한 이 모 씨는 “물가가 올라 살림이 빠듯한데, 이사비랑 에어컨 설치비 등 추가 비용이 부담스럽다. 전세가도 올라서 2년 더 눌러앉는 게 낫다. 한텀 돌고 다음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계약 갱신은 올해 급증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6247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1만2604건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작년(27%)보다 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연장을 하면서 신규로 시장에 공급되는 전세 매물은 더 귀하다. 서울 성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하지 않는 분들이 주택을 매수해서 전세를 공급하는데 요즘은 취득세 중과(최대 12%) 때문에 추가로 집을 사는 사람이 없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세금 1억2000만원 내야 하는데 누가 집 사서 전세 맞추겠냐”면서 “실수요장이다보니 전세가 더 귀하다”고 했다.
입주 물량은 급감하고 있다. 올 한 해 서울 입주 물량은 1만1422가구(부동산R114)로, 지난해 입주 물량(3만2975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공급은 줄었는데 아파트 전세 수요를 일으키는 요인은 많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시장의 전세수요는 시세가 명확한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또한 월세보다는 전세가 싸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전세를 택하게 된다.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변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은 5~6%로, 시중 전세대출 금리(3~4%대)보다 높다. 월세보다 전세가 더 싸고 이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는 철저히 실수요다. 수요 대비 공급이 많으면 떨어지고, 수요가 많으면 전세가가 오른다. 지금은 공급이 감소할 요인은 많은데 수요는 늘어나니 전세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전셋값 인상은 주거비용 증가를 의미하므로 전세 공급을 촉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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