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代에 첫 매수 전년比 43%↑
분양가 높고 당첨확률은 낮아
대출 최대로 받아 아파트 구매
올해 들어 생애 최초로 서울 내 집 마련에 나선 40대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40대 무주택자는 오랜 기간 청약 가점을 축적해 청약시장에서 당첨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세대로 꼽히지만 최근 들어 로또에 비견될 정도로 당첨률이 희박해지자, 아예 청약을 포기하고 기축 아파트 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 생애 첫 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집합건물을 구매한 40대는 76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12명)보다 43.79% 늘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 지역의 신축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부분 기축 건물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며 “청약에서 밀리고 또 밀렸다는 무력감과 부동산 상승기에 ‘지금 못 사면 내 집 마련 못 한다’라는 절박감이 맞물린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주택을 매입하면 무주택 기간 가점이 ‘0’이 된다. 내 집 마련으로 20년 넘게 무주택 기간 가점이 쌓인 청약통장이 한순간에 쓸모없게 되는 셈이다. 40대가 청약통장을 포기하면서까지 기축 매수를 결심한 배경엔 최근 분양 물량은 줄지만 기축 시세에 맞먹는 고분양가인 데다가,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인기 지역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로 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로또를 방불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가점에서 만점이 나오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충족해야 한다. 20대 초반에 주택청약통장에 가입했다고 가정할 때 40대 중반이 되면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즉, 집을 가진 적이 없고 자녀가 2명 있는 40대 중반 부모라면 4인 가구 기준 만점통장인 69점짜리 청약통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고가점에도 당첨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달 서울 강남권에서 흔치 않은 1000여 가구의 대규모 공급으로 눈길을 끌었던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의 최저 청약가점 평균 점수는 70점으로 집계됐다. 청약 가점이 같을 땐 가입 기간으로 당첨자를 가르기 때문에 69점 통장 보유자여도 2002년 가입은 당첨, 2003년 가입은 미당첨으로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이에 더해 정부가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특공 범위를 확대하고, 청년층을 배려하고자 추첨제 물량을 늘리면서 40대 청약통장 보유자는 청약 당첨권에서 더 멀어지게 됐다. 8월 말 서울 마포에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A(48) 씨는 “그동안 청약이란 청약은 다 넣었지만 아무래도 당첨은 어려울 것 같고 내 집 마련을 더 늦추기도 어렵다”며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본격적으로 조이기 전에 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아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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