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이중가격’에 임대시장 혼란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1만2000여 가구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이 단지는 조합원 매물과 일반 매물의 전세가가 최고 2억원가량 차이 난다.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가 있는 일반 매물은 세입자의 계약 갱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입주가 시작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1단지 전용면적 84㎡ A형은 16일 현재 8억5000만원과 10억5000만원짜리 전세 물건이 나와 있다. 1만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만큼 동(棟)이나 층에 따라 전세 시세가 다를 수 있지만, 같은 동에 비슷한 층, 심지어 집주인이 융자가 없는 같은 조건인데 전세금이 2억원 차이가 난다. 유일한 차이는 8억5000만원짜리는 일반분양 매물이고, 10억5000만원 매물은 집주인이 조합원이다.
조합원 매물과 일반분양 매물 간 전셋값이 최대 2억원가량 차이가 나는 새로운 ‘이중 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지난 3월 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반분양 물량도 전세로 내놓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전세 수요자는 3년 내 집주인이 실거주를 위해 들어오는 전세 매물보다 조합원이 내놓은 전셋집을 더 선호한다. 조합원은 실거주 의무가 없어 세입자 입장에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2+2년’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시장에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이중 가격이 등장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3년 실거주 유예라는 새 제도가 시행되면서 신축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도 이중 가격이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의 ‘땜질식’ 부동산 입법으로 전세금과 계약 기간이 고무줄처럼 변하고,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과 전세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원 매물이 더 비싼 신종 ‘이중 가격’
최근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84㎡ 전세 호가(呼價)는 8억~11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이처럼 전셋값이 차이가 나는 것은 2년 최초 계약 후 2년 더 갱신이 가능한 조합원 매물을 찾는 전세 수요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일반 분양을 받은 집주인들은 실거주 의무가 있다. 정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지난 3월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따라서 일반 분양 매물의 경우 집주인이 3년 뒤 입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2년 단위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반 분양 전세 물건을 대상으로 계약 기간을 ‘2년 10개월’로 정하는 경우도 생겼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 입장에선 최대한 오래 살고 싶어 하고, 집주인은 2년 계약을 했다가 세입자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까 우려해 실거주 유예 기간에 딱 맞춰 2년 10개월 전세 계약을 맺으려 한다”고 했다.
◇누더기 부동산 입법에 이중 가격 확산
이미 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에선 신규 전세 계약과 기존 세입자의 갱신 계약 간 보증금이 수억원씩 차이가 나는 이중 가격 현상이 보편화하고 있다. 2020년 7월 임대차 2법 시행으로 갱신 계약은 보증금 인상률을 5% 이내로 누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2단지 전용 84㎡ 고층의 경우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신규 전세가 거래됐는데, 이달 체결된 갱신 계약 보증금은 이보다 2억원 가까이 낮은 8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1단지 전용 84㎡ 저층도 신규 계약(8억2000만원) 보증금이 갱신 계약(7억14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높았다.
신규-갱신 계약에 더해 조합원-일반분양 매물 간 차이까지 겹쳐 앞으로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이중 가격이 고착되고,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기간이 끝나면 세입자와 임차인 간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당장 내년에도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2840가구),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3804가구) 등 실거주 의무가 있는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난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졸속 합의로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충돌하는 ‘3년’으로 기간을 정하면서 예견됐던 문제”라며 “유예기간이 끝나고 일반분양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소멸하면 인근 지역에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갱신계약은 보증금인상률이 5%제한이 걸려있는데 이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 10%이상은 돼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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