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언론자유 장례식' 열린 숭실대학교, 숭대시보 언론탄압?

양념통집사 2021. 12. 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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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가 학교 비판 보도를 한 학보사 숭대시보 기자 전원을 해임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획된 지면 발행도 중단했다. 이후 합의를 통해 기자 해임은 철회됐지만 숭대시보 편집권 침해 사태에 학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범식 숭실대 총장이 지난달 23일 총학생회 중앙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N번방 조주빈도 학보사 기자였다"고 발언한 사실까지 알려져 학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교 안팎에서는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책임 당사자인 이승복 주간 교수(영어영문학과)는 "기사에 대한 교수의 편집지도권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학교 비판 보도 내자 기자 전원 해임

지난 1019일 매일경제에 장 총장 인터뷰 기사가 게재됐다. 당시 장 총장은 "교육부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수도권 최초로 11월부터 전면 대면 수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내 구성원들이 혼란을 겪자 강석찬(17학번·철학과)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교육부, 당시 제61대 총학생회장, 실무부서인 학사팀, 최종 검토를 마친 홍보팀 등을 인터뷰했다. 강 국장은 장 총장 발언이 학교 정책과 상이함을 확인했다.

숭대시보 기자들에 따르면, 기자들은 문제 제기를 위해 주간인 이 교수와 전문위원에게 기사 게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이 사안은 '학교 명예와 위신에 관한 문제'라는 이유로 제지 당했다. 학보사 주간은 발행인을 대신해 교내언론 편집인 역할을 하는 교원이다. 전문위원은 주간을 보좌하는 직원이다.

숭대시보 기자들은 학교와 총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싣지 못하게 하려는 학교 측 개입으로 숭대시보 편집권이 침해 당했다며 백지발행을 하겠다고 했다. 숭대시보 편집권은 편집국장에 있고 편집지도권은 주간교수에게 있지만, 이 사태의 경우 주간교수가 먼저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숭대시보 기자들 주장이다.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이 교수는 숭대시보 기자 전원을 해임했다. 장 총장은 이를 직접 결재했다. 현재 숭실대 신문방송 규정은 주간교수가 임명직 임원에 대한 추천 및 임명권을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내 기자들 중 임명직 임원은 편집국장 한 명뿐이다.

▲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응 TF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숭실대 앞에서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학 본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기자 해임은 최종적으로 철회됐다. 다만 그 조건으로 '기사를 1279호에 게재하되 2면으로 넘길 것', '기사의 퇴고는 주간 교수가 직접 할 것' 등 2가지가 합의됐다고 한다.

이후 숭대시보 기자들은 1281호 사설에 "장 총장이 거짓말로 학교를 홍보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10월5일 1277호 사설에서 "본교는 늦은 공지로 학생들 혼란을 키웠다"고 비판한 기사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사설이었다.

이 밖에도 신문배포 중단, 조기 종간, 사설 및 기사 사전 검열 등으로 숭대시보 편집권 침해 논란이 이어졌다. 학교 측은 장 총장의 불통을 규탄하는 시위 내용을 1면으로 담은 1282호 종이신문 발행을 제지하며 "올해에는 예산 부족으로 더 이상 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고 했다. 신문 배포를 중단시킨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23일 학생 대표자들과 총장 집행부 간 간담회에서 장 총장은 "N번방 조주빈도 학보사 기자였다"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조주빈이 학교에서 제지받지 않아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학보사를 제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숭대시보 "우리는 정당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이에 숭실대 신문사 숭대시보, 숭실대 제62대 총학생회, 서울권대학 언론연합회, 대학언론인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응 TF 17일 오전 10시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학본부 규탄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다.

▲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숭대시보' 편집국 문 앞에서 학생들이 '숭대시보 언론 자유' 장례식을 하고 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숭대시보 기자단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학내 편집국 문 앞에서 '숭대시보 언론자유' 장례식을 했다. 오전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된 걸개그림은 편집국 바닥에 놓여있었다. 걸개그림에는 '지속적인 기사 검열, 기자단 전원 해임, 민주주의를 훼손한 학교 본부에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강석찬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숭대시보는 직필정론(直筆正論) 저널리즘을 실천해왔다. 그러나 '직필'하니 해임됐고, '정론'하니 발행이 막혔다"며 "장 총장과 김선욱 학사부총장은 저를 비롯한 숭대시보 기자들에게 명확하게 사과하고, 편집권 보장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1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숭대시보' 편집국 앞 바닥에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된 걸개그림이 놓여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학생들 백지발행은 최후통첩, 주간교수 지도권 따를 의무 있어"

이승복 교수는 편집지도권을 이유로 "기사는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같은 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면수업 비판 기사에 분명 오류가 있었다"며 "학생들은 주간교수의 편집지도권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백지발행을 하겠다고 한 것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의미의 최후통첩"이라며 학생들과의 갈등 상황을 전했다.

이 교수는 대면수업에 대해 "갑자기 번복한 것이 아니라 이미 6월부터 결정해 준비했는데, 9월부터 코로나가 심해져 잠시 비대면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하며 사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변명이 아니라 우체국에서 지난 4월부터 정기간행물 59% 혜택을 못 준다고 공문이 왔다. 신문을 발행할 경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해임 건에 대해서는 "해임이 부당하다고 얘기하는데, 학생들이 주간교수의 지도권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해임 취소 합의와 관련해선 "편집국장이 와서 따르겠다고 말했고, 내가 받아들여서 취소된 것이지 일방적인 합의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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