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보증보험 가입 기준 '또' 강화?
역전세·전세난 등 부작용 우려 속속
"비아파트 가치산정 기준부터 세워야""이제는 파산입니다."(임대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 가입 요건 상향 검토에 빌라 임대인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가뜩이나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 침체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가운데, 보증 문턱까지 높아지면 끌어다 내줘야할 보증금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역전세, 전세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보증보험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비아파트의 가치 산정 기준부터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보증 기준, 1년반만에 또 강화?
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기존 '공시가격의 126%'에서 '공시가격의 112%'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전세보증 근본적 개선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등을 겪으며 HUG의 재정 부담이 커진 만큼 전세보증 요건을 더 보수적으로 잡으려는 모양새다. HUG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까지만 해도 연간 1조원을 밑돌았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3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채권 발행에도 나섰다.
HUG에 따르면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보증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과거엔 주택 유형별로 전세가율 60~80% 물건만 보증 가입이 됐는데, 안전한 물건만 보증한다는 비판 등에 따라 이를 100%까지 상향했다는 설명이다.
빌라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은 2022년 10월까지만 해도 공시가격 인정비율 150%, 전세가율(담보인정비율) 100%였다. 이 경우 공시가격 2억원짜리 빌라라면 전세보증보험 가입 한도가 최대 3억원(공시가격의 150%)인 셈이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부터는 공시가격 인정비율을 150%에서 140%로 낮췄다. 2023년 5월부터는 전세가율 기준도 100%에서 90%로 낮추면서 '공시가격의 126%'로 보증보험 가입 한도가 축소됐다. 똑같이 공시가격 2억원짜리 빌라여도 가입 한도가 2억5200만원으로 480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전세가율 기준이 80%로 한 차례 더 강화된다면 보증보험 가입 한도는 '공시가격의 112%'까지 줄어든다. 공시가격 2억원짜리 빌라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보증금이 2억2400만원 이하여야 하는 것이다.
임대사업자 등 비아파트 세를 놓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만약 보증 요건이 강화된다면 새 임차인을 구할 때 그에 맞춰 보증금을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천만원의 현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시가격 126% 룰'이 적용된 이후 임대인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는 경험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규제를 강화하면 더 이상 임대를 운영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속속 나온다.
한 임대인은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126% 룰이 도입된 이후 차액 보증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는데 여기서 더 강화된다면 이제 파산"이라며 "더이상 빌라는 전세 주지 말라는 소리 아니냐"고 따졌다.
또 다른 임대인은 "임대인은 보증금 차액을 돌려주느라. 임차인은 역전세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애를 먹을 것"이라며 "결국 빌라 월세가 급등하고 보증사고는 폭증하는 악순환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 보험가입한도 변화
비아파트 살린다더니…
HUG는 보증사고 비율을 낮추고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보증보험 요건을 강화해 오고 있다. 그러나 가입 요건이 강화될수록 오히려 역전세, 전세난 등의 부작용이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새 임차인이 내야 할 보증금이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적어지게 되면 '역전세' 현상으로 인해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부의 전국 연립·다세대 전월세 실거래가와 공동주택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공시가격의 112%)될 경우 지난해 체결된 빌라 전세 계약의 69%가 동일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하면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 전세 계약 10건 중 7건은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없는 셈이다. 아울러 또 전국에서 '공시가격의 112%' 기준에 따라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능해진 빌라는 전세보증금을 기존 대비 평균 2870만원 낮춰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부담을 느낀 임대인이 전세 대신 월세가 낀 물건으로 전환하면서 빌라 전세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빌라 포비아'로 전세 선호도가 낮아진 상황이라 '전세난'까지도 우려되는 이유다.
업계에선 당장 전세보증 요건을 강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전세가율 기준을 90%로 하향한지 얼마 안 됐는데 단기간에 80%로 내리는 건 회의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오히려 보증 요건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이 같은 부작용을 고려해 주택의 전세금 상한을 '공시가격의 135%'로 일시 조정하는 방법을 제안한 바 있다.
그보다는 비아파트 주택 가격 산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임대사업지들 주장이다. 빌라의 공시가격부터 제대로 산정해야 적정 보증 한도, 보증금액 등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회장은 "비아파트는 주택 유형이 워낙 다양하고 공시가격과 현실의 괴리도 너무 크다"며 "하지만 아직도 공시가격으로 준용할 수 있는 공식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그는 "전세 포비아가 생길 정도로 임대차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국가 기관이 중심이 돼서 비아파트 주택 가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기구 설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HUG 관계자는 "전세 보증요건 강화는 전세보증 근본적 개선 대책으로 검토하는 여러 사항 중 하나"라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고 국토부와 협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빌라전세포비아가 심각해짐에 따라 아파트전세나 월세로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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