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건설사들 “이자 내다 숨 넘어갈 판”

양념통집사 2023. 11. 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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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위력이 커지는 시한폭탄 같습니다.”

건설업계 도급 순위 50위권 바로 아래의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달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최근 건설 현장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고금리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도 잘 먹히진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부 대책이 당장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지원을 늘린다고 하지만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지방 군소 건설사는 기존 부채 원리금 만기만 연장하고 있을 뿐”이라며 “건설사나 금융권 모두 부실만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준공된 주택 수도 1년새 12.5% 감소

올해 들어 주택 인허가, 착공 건수가 반 토막 나며 2~3년 후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달 26일 관련 대책을 내놨다. 당장의 자금 숨통을 틔워 주택 착공을 유도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찬바람만 불고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10월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올해 1∼9월 착공 물량은 12만586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2% 줄었다. 1~8월 착공 물량이 11만389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6.4% 감소한 수준이었는데,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착공 감소 폭이 더 커졌다. 1~9월 전국에서 준공된 주택도 25만141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2.5% 감소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9513가구로 전월보다 1.3% 증가했다.

정부 대책 발표 후 유일하게 상황이 나아진 건 인허가다. 8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5400여 건에 그쳤는데 9월엔 4만3114가구 증가했다. 하지만 이 역시 1~9월 누적 물량으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32%가량 감소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에 맞춰 인허가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건설 현장은 커지는 공사비 부담, 자금 경색 우려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준비 없이 마련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경남의 한 시행사 대표는 “공사비 증액으로 기존 금융권에서 빌린 PF 자금이 바닥나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추가 대출을 문의했지만, 정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정부의 자금 수혈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은행·증권사는 높은 이자만 챙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회사들은 기존 PF의 트리거 조항(착공, 분양 개시 등 날짜 준수) 등을 핑계로 리파이낸싱(돈을 다시 빌리는 것) 때 이자를 과도하게 올리고 수수료까지 챙기고 있다는 불만이 건설업계에서는 터져 나온다.

이처럼 지방 시행사나 중소 건설사는 미분양에 따른 사업성 악화에 몰리고, 이를 지켜본 금융권이 더 돈을 빌려주지 않아 부도 위기에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31일 기준 종합공사업체 폐업 신고는 4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0건)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 등 수도권은 사정이 그나마 낫지만, 하반기 들어 정부가 다시 대출을 조이면서 주요 건설사들도 신규 사업을 줄이는 분위기다. 경기도에 사업장이 많은 한 중위권 건설사 영업이사는 “정부가 PF대출을 조금이라도 지원해줄 때 분양을 서둘러 하고 올해 안에 털고 나가려고 한다”며 “신규 수주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PF 추가대출, 정부 지침없다고 퇴짜”

상위권 건설사 관계자도 “지난해 레고랜드 PF 부실 사태로 갑작스럽게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면서 “고금리 장기화에 국내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무리하게 사업을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부동산금융발 시장충격 대비 필요’ 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지속된 공사비 인상과 비수도권의 저조한 분양 실적으로 지역 기반의 중소 건설사들은 올해 하반기와 2024년 상반기에 대량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주 연구위원은 “지난달 정부 대책은 이미 많이 공사가 진행돼 PF 부실이 본격화하고 있는 건설사의 부실 문제를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대주단(금융권)의 채무상환 조정 유도, 공사대금채권 유동화 지원 등 보다 직접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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