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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 오르면 공시가 안 올린다... ‘文정부 계산법’ 폐지 추진

양념통집사 2024. 9. 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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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법 개정안 이달 중 발의”

지난달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정부가 12일 전년도 공시가격에 그 주택의 시세 변동만 반영하는 새로운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발표했다. 인위적으로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는 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아파트 시세는 그대로인데 공시가격은 올라 부동산 보유세를 더 내는 일이 없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년도 공시가격에 그해 시세 변동률을 곱해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고, 공시가격에 주택 시세 변화만 반영하도록 산정 방식을 바꾼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9월 중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공시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회를 통과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주택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같은 세금 부과는 물론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등 67분야에서 활용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부동산 보유액에 따라 공평한 부담을 지우겠다”며 아파트는 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2020~21년 전국적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올라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했는데도, 해마다 오르는 현실화율 때문에 실제 집값보다 공시가격이 비싼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 것이다. 1년 사이 집값이 조금도 안 오르거나 오히려 떨어졌는데도 재산세는 더 많이 내는 사람들이 생겼다.


1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새 공시가격 산정 방식은 전년도 공시가격에 그 주택 시세 변동만 반영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가령 올해 공시가격 5억원인 아파트 시세가 10% 올랐다면, 내년 공시가격은 5억5000만원이 되는 식이다. 아파트 시세가 그대로 유지되면 공시가격도 변동이 없다.

지금은 공시가격 산정 때 시세에다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서 정한 ‘시세 반영률’을 곱한다. 문제는 이 시세 반영률이 해마다 오르기 때문에 시세 변동보다 공시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령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이 6억9000만원이라면, 1년간 아파트 값이 전혀 안 올라도 내년 공시가격은 7억8400만원이 된다. 올해 공시가격은 정부가 시세 반영률을 69%로 적용했지만, 2025년엔 계획에서 정한 78.4%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올해 아파트 값이 1.52% 오르는 것으로 가정해 시세 12억원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모의 계산한 결과, 종전 방식으로는 내년 공시가격이 8억6700만원, 정부의 새 방안을 적용하면 8억4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전 정부의 로드맵을 그대로 두면 국민의 보유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며 “인위적으로 오르는 현실화율을 없애고, 시세 변화와 유사하게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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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 로드맵 이후 1주택자도 ‘세금 폭탄’

2020년 처음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공시가격이 실제 부동산 가치보다 지나치게 낮게 산정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게 정당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며 2035년까지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9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세부 방안을 보면 비싼 집일수록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구조였다. 9억원 미만 아파트는 2030년까지 현실화율 90%를 달성하지만,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5년 만인 202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맞추기로 했다.


이런 인위적인 공시가격 끌어올리기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과 맞물려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다. 2020~21년 ‘패닉 바잉’ 열풍에 아파트 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현실화율까지 올라 공시가격이 유례없이 치솟았다. 이전 10년(2011~20년) 동안 연평균 3.02%씩 오르던 아파트 공시가격은 현실화 계획을 반영한 2021~22년에 걸쳐 평균 18% 넘게 상승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투기와 상관없는 1주택 보유자도 재산세 부담이 치솟고,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도 ‘부자 세금’이라는 종합부동산세를 물게 됐다. 실제로 종합부동산 세액은 2020년 약 1조5000억원에서 2021년 4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인접 주택 공시가격 들쭉날쭉 않게 보완

정부 방안대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면, 실제 집값과 공시가격의 격차는 계속 일정한 비율로 유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 부담 등을 고려해 해가 바뀌어도 공시가격이 시세의 70%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설계한 것”이라며 “국민의 인식도 공시가격을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산정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로 고가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무사인 우병탁 신한은행 부지점장은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완만하게 오르는 구조여서 고가 아파트 매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고,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강남권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과 감정평가사들이 일종의 본보기인 표본 주택의 공시가격을 매기면, 지자체가 이를 토대로 나머지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평가 주체가 다르다 보니, 같은 아파트 단지나 인접한 지역에서 공시가격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생긴다. 국토부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시가격 산정이 적절한지 시·군·구별로 평가해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부동산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심의하기로 했다. 위원회 심의에서 재산정한 공시가격은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의 최종 검수를 거쳐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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