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비 20%대여도 공사비로 분양가 올라
분양하더라도 공사비 중간 인상 요구→‘마이너스 정산’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지방의 주택 사업이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실상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자조섞인 평가가 쏟아진다. 공사비가 분양가에 전가되는 경향이 지방일수록 강한데, 자잿값 등이 크게 오르면서 주변 집값 보다 가격이 과도하게 비싼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어서다. 팔아봐야 미분양이 뻔한 상황에서 심지어 땅값이 ‘0’원이어도 현재의 공사비로는 경쟁력이 없다며 사실상 자포자기한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통상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분양가에서 대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하는 민간사업장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을 따져보면, 올해 수도권과 광역시는 평균 대지비 비중이 30~40%를 웃돌지만 기타지방은 20% 선에 머물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달 기준 대지비가 분양가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지비가 낮은 데도 건설사들이 쉽게 지방에서 분양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폭등한 공사비 때문이다. 공동주택 분양가 산정에 활용되는 기본형건축비는 지난 3월 기준 ㎡당 203만 8000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겼다. 콘크리트·레미콘 등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방은 공급이 멈췄다. 주택 인허가가 급감한 상황이다. 국토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보면 올해 4월 말까지 지방 주택 인허가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6% 줄었다. 수도권(-15.3%)에 비해 인허가가 약 10%포인트 더 줄어든 것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땅 값이 0원이라 할지라도 인허가 비용, 공사비 등 계산하면 인근 구축 아파트 보다 평당 수백만원이 비싸 사업이 아예 시작부터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분양가가 오르면 수요자들은 지갑을 닫는다. 주변 구축 주택의 가격이 빠지는데, 분양가가 오르니 격차가 더욱 커져 수요자들의 가격 저항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지방 건설사 대표는 “저출산 고령화에 지방소멸로 가뜩이나 지방 주택시장이 힘든데 자재비까지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서울은 공급이 없는 동안 인근 아파트가 오르니까 분양가가 높아도 기존 아파트를 팔고 이동할 수 있지만, 지방은 아파트 값이 계속 떨어지니 분양가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바로 미분양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최대한 분양가를 낮춰 분양에 성공하더라도 중간에 하청업체 요구로 ‘마이너스 사업’이 되는 경우도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다. 지방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을 하게 되면 지자체에서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을 하고 정해진 분양가에 계약해 준공할 때까지 변동이 없는데, 하도급 업체에서 단가를 올려달라며 물리적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정해진 입주시기가 있는데 못 맞추면 건설사 입장에서 문제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공사비 조정을 해주면 결국에 마이너스로 정산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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