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해 자녀를 둔 30대 A씨는 최근 들어 구축 아파트 매물을 찾고 있다. 아무래도 같은 지역이면 구축아파트가 가격접근성이 높은 탓이다. 아이가 어릴 땐 구축 아파트도 괜찮다는 지인들의 조언도 영향을 끼쳤다.
A씨는 “결혼하고 애 낳아도 수도권에서 청약 당첨은 어려우니까 구축 아파트부터 찾아 보는 것”이라며 “싸니까 그런 건데 그마저도 이젠 저렴한지 모르겠다. 애는 커가는데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9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한 6개 단지는 모두 1순위에서 청약 접수가 마감됐다.
서울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24.9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6대 1에 비해 2.7배 뛰었다. 청약 당첨이 작년보다 더 어려워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세 가격은 1년 넘게 오르고 최근 들어 전국 아파트 값 역시 반년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또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매족’이 등장하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크다 보니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기 위해 구축 아파트를 위주로 문의한다는 게 공인중개사무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요샌 ‘꾼’ 느낌의 부동산 전문가보단 어린 아이를 동반한 부부나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다”며 “상담하다보면 결국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는 ‘영끌족’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축 아파트 인기도 여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 치솟는 조합원 분담금, 재건축 중단 등이 주목 받으면서 재건축 아파트 인기도 시들해졌지만 서울 집값이 다시 뛰면서 가격 메리트와 함께 ‘장투’일지라도 투자 가치를 내다본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달 서울에서 기록된 아파트 신고가 거래 101건 중 41건이 준공 후 20년이 넘는 아파트에서 나왔다. 양천구 목동 부영그린타운 2차 114㎡는 이달 초 직전 신고가 대비 2억2800만원 오른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삼성동 석탑아파트 전용 84㎡ 역시 지난 3일 직전 신고가 대비 1억7500만원 오른 17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준공 20년 초과된 서울 아파트 지수는 93.1로, 전월 대비 0.07%p 상승했다.
다만 주의가 요구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 인상 흐름에서 구축 아파트 가격도 오르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구축 중에서도 재건축이 되려면 입지, 용적률, 관계자들의 의지, 리스크 요소 등을 다양하게 고려 해야 하는 만큼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구축 아파트는 더 늦게 오르고 더 빨리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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