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소위 문턱 못넘어
분양가 상한제 적용된 단지
본인이 직접 입주해야 해
전세금 받아 잔금납부 막혀
입주 앞둔 단지 '발등의 불'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분양받은 사람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 국토위 소위에선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야당에서 반대 기류가 다시 올라오면서 결국 법 통과가 불발됐다.
분상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는 2021년 투기 수요 방지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국토교통부는 올 초 규제 완화 방안으로 실거주 의무 폐지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1년 가까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며 분양받은 사람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분상제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정부의 실거주 의무 폐지 약속을 믿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다. 전세를 놓지 못하고 즉시 입주해야 할 경우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만약 실거주 의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고, 당첨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로 넘겨야 한다.
야당은 올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전세사기가 무분별한 갭투자로 인해 발생한 만큼 실거주 의무는 꼭 필요하다며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또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구제 방안을 찾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실거주 의무를 유지하는 건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없애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투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입주할 수 없을 때는 초기 임대를 끼고 뒀다가 나중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주거 사다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현재 국회엔 실거주 의무를 완전히 폐지하는 안(유경준 의원안)과 매매나 증여 등 양도 전까지만 거주의무 기간을 준수하도록 하는 안(김정재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계약자들은 완전한 폐지가 안 되면 즉시 입주 조건만이라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집을 매도하기 전까지 실거주한다면 투기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국토위 위원들도 이 같은 안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일부 위원들이 강경하게 반대하며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실거주 의무가 유지되면 정책 일관성이 훼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 초 규제 완화로 실거주 의무 폐지 추진을 발표하면서 전매 제한도 수도권 최대 3년으로 단축시켰다. 전매제한이 1년만 적용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지난 15일부터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지 않아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전셋값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도 필요성이 강조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입주 시점에 신축이 한꺼번에 공급되면 주변 지역 전셋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며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실거주 의무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위는 소위를 한 차례 더 열어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총선 전까지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섣불리 규제 완화안을 발표한 국토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규제 완화책을 발표해 계약자들의 혼선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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