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3구역 다음 달 총회서 현대건설 해지 안건 다뤄
공사비 3년 새 75% 폭등···“사업성 현저히 낮아져”
북아현2구역 3.3㎡당 850만원 요구에 시공사 교체 검토
지방과 수도권 정비사업장에서 일었던 시공사 해지 움직임이 서울로 번지는 모양새다. 조합들은 치솟은 공사비에 난색을 표하며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나섰다. 시멘트 등 원자잿값이 추가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파행이 서울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대의원회에서 시공사 현대건설과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음 달 총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바로 새 시공사 선정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홍제3구역은 2만7200㎡에 최고 23층, 11개 동 634가구를 짓는 재건축 사업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역세권 단지다. 2019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20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시공사 교체에 나선 건 공사비 협상이 녹록지 않아서다. 조합은 2020년 시공사와 3.3㎡당 512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동안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르며 공사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시공사로부터 지난해 687만원, 올해는 898만원6400원까지 증액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3년 새 공사비가 75%나 뛴 셈이다. 여기에 시공사는 공사기간도 34개월에서 51개월로 연장을 요청했다. 조합 관계자는 “현제 제안받은 공사비로 진행하면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다시 공사비를 다시 검토해 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북아현뉴타운에서 알짜 입지로 꼽히는 북아현2구역도 공사비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6월 초 북아현2구역 재개발 사업 공동 시공단인 삼성물산·DL이앤씨는 조합이 요청한 마감재 수준으로 3.3㎡당 859만원, 일반분양 마감재 수준 기준 공사비로 3.3㎡당 749만원으로 공사비를 통지했다. 앞서 조합은 올 초 조합원들에게 3.3㎡당 공사비를 지난해 490만원에서 올해 610만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올리겠다고 알린 바 있다. 시공사가 이를 훨씬 웃도는 공사비를 제시하면서 조합은 난색을 표했다. 조합은 안내받은 공사비를 고수하면 시공사 교체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북아현2구역은 서대문구 북아현동 520번지 일대 지상 최고 29층, 28개 동, 232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재개발 사업지다. 지난해 조합원 분양신청을 마치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준비 중이다.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2호선 아현역을 끼고 있어 북아현뉴타운 내에서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선 공사비 증액 사태가 지방과 수도권을 거처 서울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GS건설), 경기도 양주 삼숭지역주택조합(현대건설), 경기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부산 동구 초량2구역(호반건설, 해지 예정) 등 전국에서 시공사 해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원자잿값 추가 인상으로 인해 공사비 갈등 양상이 더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일·한일현대시멘트는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톤당 11만8400원으로 약 13% 올리기로 결정했다. 국내 7개 시멘트사 중 쌍용C&E와 성신양회가 시멘트 가격을 14% 가량 올리면서 한일시멘트 역시 가격 인상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멘트 가격 상승이 건축단가 인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불거진 철근 누락 사태도 공사비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힌다.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설계·시공·감리의 시스템 보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데다 이에 따라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금융·물류 비용도 증가함해 결국 비용으로 연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붕괴사고 이후 시멘트와 철근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로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안전까지 챙기려면 각종 비용을 공사비에 선제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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