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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오너 사재출연 484억… 채권단 요구 못 미쳐

양념통집사 2024. 1. 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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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태영그룹 제공
태영그룹 사주 일가가 “태영건설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며 내놓은 사재 규모가 400억원대에 그쳤다. 채권단이 직전까지 요구해온 ‘3000억원 이상’에 크게 못 미친다. 1550억원에 달하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모두 태영건설 지원에 쓰겠다는 태영그룹의 약속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은 뒤에야 모두 이행됐다.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4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사주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가 484억원이라고 공개했다. 채권단이 태영그룹 일가에 기대한 최소 금액의 6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동안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연대보증액만 3조7000억원인 점 등을 들어 3000억원 이상의 사재 출연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3000억원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200억원 상당 사재를 내놓은 것과도 비교된다.

태영그룹 사주 일가의 사재 출연액은 86%인 416억원이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윤석민 그룹 회장의 몫(지분)이다.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은 이미 전액을 태영건설 지원에 쓰기로 채권단과 약속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회장 일가가 새롭게 내놓은 자금은 68억원에 불과하다. 윤 회장과 윤 회장 부친인 윤세영 창업회장이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 각각 30억원, 38억원을 투입했다.

91세인 윤세영 창업회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 직접 나와 “사력을 다해 태영건설을 살리겠다”며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해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정작 중요한 사재 출연이나 구체적인 자구안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강한 유감을 드러내며 회생 의지를 의심했다.

지난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전날 채권단 설명회 후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채권단 회의 결과는 태영 측이 구체적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얘기한 걸로 이해했다”며 “구체적인 안이 없는 워크아웃 방안은 (절차 개시에 필요한) 75%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약속도 모두 이행했다고 밝혔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중 잔액 259억원이 어제(3일)자로 태영건설에 지원됐다”며 “주채권은행(산은)에 약속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의 태영건설 지원이 모두 이행됐다”고 덧붙였다. 1549억원 중 1133억원은 티와이홀딩스 지분, 416억원은 윤석민 회장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채권단 설명회 당일 마무리된 이 조치는 강석훈 산은 회장이 ‘약속 미이행에 따른 신뢰 상실’을 언급하며 태영그룹을 강하게 압박한 결과로 보인다. 채권단은 티와이홀딩스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3분의 1도 안 되는 400억원만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해 채권단과의 ‘첫 번째 약속’을 어겼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강 회장은 전날 언론에 “채권단과 태영건설 간 신뢰가 상실된 첫 번째 케이스”라며 “태영 측을 직접 만나 원래 약속했던 네 가지 조항(자구안)을 지켜줄 것을 촉구했고, 그에 대해 확약을 하고 채권단 회의에서 공표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400억원은 워크아웃 신청 직후 태영건설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데 쓰였다. 채권단이 문제 삼은 건 나머지 1149억원인데 이 중 890억원은 티와이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중 리테일 채권 상환에 쓰였다. 나머지 259억원은 태영건설 공사현장 운영자금 등에 마저 지원했다고 티와이홀딩스는 설명했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절반이 넘는 돈을 지주사 빚(연대채무)을 갚는 데 쓴 사실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왔다. 티와이홀딩스는 연대보증 리테일 채권 상환에 대해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 티와이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티와이홀딩스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호도하는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항변했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활용과 함께 에코비트와 블루원, 평택싸이로 매각 또는 담보 제공을 통한 지원 등 네 가지 자구계획을 산은에 제출했다. 티와이홀딩스는 “나머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약속대로 이행해 태영건설 정상화에 사용할 것”이라며 “다만 리테일 채권 외 나머지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가 티와이홀딩스에 지급 청구될 경우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이를 상환하는 데 일부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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