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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는 나라 안가리고 만능열쇠?…런던 교외도 새집 짓기 ‘들썩’

양념통집사 2024. 2. 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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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도시 경쟁력 1위’ 런던
‘더 위대하게(greater)’ 공사중

광역 개발전략 ‘런던 플랜’ 통해
지하철·버스·기차 연계망 강화
새 역세권 외곽 ‘기회지역’ 지정
청년 주택·일자리 창출 집중 지원



최근 영국 런던 동부권역에 있는 울리치역 인근 전경. 영국판 GTX인 엘리자베스 라인이 개통된 후 역세권 단지가 생겨나고 있다.

‘템즈강 조망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이 내년이면 준공됩니다.’ㅌ

지난 1일 방문한 영국 런던 동부지역인 울리치(Woolwich).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부동산 중개업체가 이 같은 문구를 적어 세운 대형 입간판이 보였다. 역 주변에는 딱 봐도 최근 지어진 듯한 10~15층 높이 주거단지가 7개동 이상 자리했다. 템즈강변 쪽으로는 타워크레인이 여러 대 세워져 있고 공사 소음이 곳곳에서 들렸다. 21층 이상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이 한창인 곳도 있었다.

지난 1일 영국 런던 동부권역에 있는 울리치역 인근 전경. 영국판 GTX인 엘리자베스 라인이 개통된 후 역세권 단지가 생겨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낡고 허름한 동네였던 이곳이 변화를 겪고 있는 건 재작년 개통한 영국판 GTX(수도권광역 급행철도)인 크로스레일 ‘엘리자베스 라인’ 영향이 크다. 울리치역은 전체 41개 역 중 하나다. 런던 권역을 동서로 118km에 걸쳐 관통하는 이 라인은 최고 시속이 서울 지하철 9호선보다 2배 이상 빠른 120~140km나 된다. 덕분에 교통편이 좋지 않았던 런던 동부권역의 도심 접근성이 확 좋아졌다.

울리치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윌 씨는 “예전에는 금융중심지인 카나리 워프까지 환승해 30분 이상 가야했지만 이젠 10분 안에 간다”며 “엘리자베스 라인을 타면 도심인 시티오브런던도 한 번에 갈 수 있어 출퇴근하기 정말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1~2년새 신규 주택이 엄청 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영국 런던 동부권역에 있는 울리치역 인근 전경. 영국판 GTX인 엘리자베스 라인이 개통된 후 역세권 단지가 생겨나고 있다.

 

런던은 세계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숱하게 1위를 차지하는 도시다. 경제 분야는 뉴욕보다 뒤처지지만 교류·문화·주거 등 다른 분야가 더욱 균형적으로 발달해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 정책으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촘촘히 확대되고, 개발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한 덕분이다.

그레이터 런던은 2차 대전 이후 위기를 겪던 영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65년부터 본격 추진한 광역화 정책이다. 대도시권을 넓혀서 인적 자원을 모았고 제조업 대신 금융업을 성장시킨 동력이 됐다. 2000년엔 런던광역시가 탄생해 서울보다 약 2.5배 큰 1572㎢ 면적, 33개 자치구를 총괄하게 됐다. 광역시는 ‘런던 플랜’을 세워 교통, 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거시적, 포괄적 전략을 제시한다.

지난 1일 영국 런던 엘리자베스라인 Acton Main Lane역을 지나는 크로스레일의 전경.

엘리자베스 라인 탄생에도 런던광역시가 크게 기여했다. 런던의 민간연구소 도시재생플러스의 김상희 소장은 “광역시장이 운영하는 런던교통국이 지분 절반을 출자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리처드 블리스 왕실도시계획연구소(RTPI) 정책총괄도 “이 고속철 노선 건립은 런던광역시 자금 지원 없이는 안 됐다”며 “광역시가 도시를 개발할 때 걷은 이익 부담금 일부를 공사 자금으로 투입했다”고 말했다.

영국판 GTX라 불리는 크로스레일 ‘엘리자베스 라인’ 노선도. [사진출처=런던교통국 홈페이지]

나아가 광역시는 교통이 개선되는 지역을 ‘기회지역(OA)’으로 지정해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지도록 했다. 런던광역시 측은 “OA는 대규모 주택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을 위주로 지정된다”며 “대개는 지하철역이 새로 생기는 바로 옆 부지”라고 설명했다. 울리치도 엘리자베스 라인이 지나며 OA로 지정됐다. OA 개발이 완료되면 다른 곳을 신규 지정하고, 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곳도 더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확장한다. 이때 교통수단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사회 기반시설, 디지털 연결계획까지 망라하는 인프라와 협업계획이 핵심이다. OA가 여러 자치구 경계를 넘나들 경우 런던광역시장이 효과적인 협력 방안도 개발해야 한다.

런던광역시가 지정한 런던 기회지역 위치도. [사진출처=런던광역시]

런던광역시 측은 “울리치는 2041년까지 신규 주택 5000개와 일자리 2500개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벌써 2015년~2020년 사이 주택 1996채가 지어졌다”고 했다. 비슷한 면적이지만 서울·경기로 나뉘어 광역버스 하나를 추가로 넣는데도 진통을 겪고, 일단 신도시부터 지정하고 교통은 차후에 넣는 국내 상황과는 대조된다.

런던의 실질적인 생활권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블라이스 총괄은 “엘리자베스 라인은 런던 생활권을 교외 지역까지 넓혔다. 더 많은 이들이 런던에서 일하는 게 더 쉬워진 셈”이라며 “런던의 경제 성장과 도시 경쟁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런던교통국은 작년 9월 발표한 크로스레일 효과 보고서에서 “엘리자베스 라인 건설로 런던 권역에서 일자리 5만5000개가 창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 오전 9시 영국 런던 도심부에 위치한 엘리자베스라인 리버풀 스트리트역을 통해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이희수 기자]런던 밖에 있는 슬라우(Slough) 지역도 수혜를 봤다. 이곳 마틴앤코 부동산중개소에서 근무하는 칼럼씨는 “노선이 생기고 나서 런던 도심까지 10정거장, 1시간이면 가게 됐다. 과거와 비교하면 30분 이상 절약하는 셈”이라며 “비싼 런던 월세가 부담인 젊은 직장인들이 최근 1~2년 사이 이곳에 많이 유입됐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을 둘러보니 역 주변에 공사 천막이 처진 곳이 다섯 군데나 있었다. 젊은 층을 겨냥한 공유 오피스들도 더러 보였다.

지난 1일 영국 런던 교외지역인 슬라우에 위치한 신규 아파트 단지 전경. 엘리자베스 라인이 2022년 개통된 후 슬라우에는 신규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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