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사옥
공사 분쟁 1년째… 법원 조정 권고에도 물러서지 않는 발주사
판교 KT 사옥을 시공한 쌍용건설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171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청구했다가 시작된 분쟁이 1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8월 법원은 계약서에 합의된 '물가변동 배제특약'과는 별개로 양쪽이 합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 같은 조정 권고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당 공사의 발주사 KT와 시공사 쌍용건설은 공사비 증액 소송의 조정에 합의할 의사가 없어 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의 '조정 회부' 결정 후 석 달째 조정 기일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두 회사는 밝혔다.
판교 KT 사옥은 지난해 4월 준공했다. 앞서 쌍용건설은 2020년 해당 공사를 967억원에 수주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사 적자가 발생했다.
쌍용건설은 171억원의 손실 보상을 청구했으나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이유로 거부, 지난 5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대응했다. 이에 쌍용건설도 지난 6월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손승온 부장판사)는 지난 8월 사건 조정 회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조정은 분쟁 당사자가 합의하거나 제3자가 중재하는 절차로 해당 결정에 대해 당사자의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소송 절차가 재개된다.
두 당사자는 조정 기일이 확정되는대로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나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쟁의 쟁점은 도급계약에 명시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강제성이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이란 계약 후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 조항으로 통상 발주사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경쟁입찰을 진행시 불공정성이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그동안 법원은 대체로 특약을 인정해 왔으나 지난 4월 대법원은 부산 소재 교회와 시공사의 도급계약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염병이나 전쟁 등은 천재지변과 같이 경제활동을 하는 계약자가 예측할 수 없다는 불가항력 요소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한 법원의 판결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 이는 KT와 공사비 분쟁을 벌이고 있는 다른 건설업체로도 확산될 수 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 무효 소송 확산 전망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와 러-우 전쟁으로 급격한 물가 변동이 일어나 3.3㎡(평)당 공사비가 500만원에서 800만~900만원으로 올랐다"며 "공동 사업자인 발주사가 공사 적자를 분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사비 상승으로 손실을 입은 시공사들은 이번 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KT 측은 대법원의 판례가 교회 내부 문제로 시공이 지연된 사유가 있어 동일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KT 공사 업무를 담당한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해당 판례의 내용을 보면 시행사가 착공 전 공사 연장을 요구한 등 귀책 사유를 갖고 있다"면서 "판교 KT 사옥의 경우 준공과 정산 합의가 끝난 상황에서 공사비 청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업계에선 승소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사건의 세부 내용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원만한 협의를 통한 조정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입장이나 소송을 먼저 제기한 KT는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조정 역시 법적 절차의 일부이기 때문에 법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항상 말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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