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이주 2년 남았는데…대책 '안갯속'
내달 2.6만가구 선도지구 지정
11월 이주대책 제시한다는데
고양·의왕 등 공공택지 활용 계획
공사비·사업 일정 지연도 변수
인근 영구임대 재건축도 추진
기존 거주민 이주 난항 전망도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2026년부터 이주에 들어가 2027년 착공하는 것 아닌가요.”(경기 성남시 분당 선도지구 공모 참여 아파트 주민 K씨)
다음달 분당(성남)과 일산(고양), 평촌(안양), 산본(군포), 중동(부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에서 2만6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가 선정된다. 이들 선도지구는 2026년 이주를 시작해 2027년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을 위한 이주대책은 아직 안갯속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주변 택지지구 조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선 제시된 대책이 모두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선도지구 지정 단지에서도 어디가 먼저 이주할지를 두고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국토교통부와 1기 신도시 지자체 등에 따르면 5개 신도시별 이주대책은 이르면 다음달 선도지구 발표와 함께 제시된다. 연말까지는 신도시별 이주 대책을 완성해 주변 전·월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관할 지역 내 조성 중인 공공택지지구를 통해 이주 수요를 분산할 계획이다. 올해 6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를 선정할 예정인 일산은 주변에 3만7656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지구가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7년 준공 예정인 장항지구(1860가구)를 비롯해 2028년 준공 예정인 풍동2지구(5119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구가 제때 사업을 완료하면 전·월세 공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주 수요를 채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수도권 서남부에선 2031년까지 사업이 진행되는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총 4만 가구)가 이주 대안으로 거론된다. 산본신도시와 가까워 군포시에선 4270여 가구를 이주 대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평촌과 중동 등에서도 이주 수요가 일부 이동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지구계획을 승인받기 전이어서 향후 일정이 유동적이다. 게다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 이주 단지로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수도권에 8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다음달 내놓을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도 선도지구가 이주를 시작하는 2027년 이전에 주택을 공급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선도지구를 준비하는 입주민 사이에선 자칫 이주 비용이 늘어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조합의 이주비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주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방안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다. 지자체에선 대규모 이주단지 조성에 회의적인 데다 당장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입주민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1기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은 분당 5800가구와 일산 2300가구, 평촌 900가구, 산본 3400가구, 중동 1900가구 등 1만4000가구 수준이다. 특히 분당은 4개 단지 5800가구를 이주대책 지원형 정비구역으로 설정해 이주 수요를 해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영구임대는 기존에 사는 주민을 이주시켜 추가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데다 영구임대 재건축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게 부담이다. 여기에 대규모 이주단지 조성과 관련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지자체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성남 원도심 개발 과정에서 이주단지를 조성했지만, 원도심 개발 지연으로 장기간 공실(빈집)이 발생했다”며 “이주단지 조성에 따른 리스크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선도지구 물량을 흡수하기엔 부적절한 방법이어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영구임대주택이 꼭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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