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0억원 시세차익' 거래도 없는데 이런 예상이 가능한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분상제)'가 지목된다. 분양 후 입주를 마치면 최소 분상제 내 인근 아파트만큼은 가격이 오른다는 믿음 때문이다. 서민의 내집마련을 돕고 주변 아파트 가격도 낮추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분상제가 이제는 '로또 광풍'을 만들고 있다. 현재 분상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용안 기자
지난달에 정말 오랜만에 잠실에서 신축아파트 청약이 진행됐습니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잠래아였는데요, 경쟁률이 엄청났죠. 분양을 받자마자 시세차익이 최소 5억원이 넘을 거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인데요. 1순위 청약에서 무려 2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안전마진 수준의 금액을 예상할 수 있는 걸까요. 바로 분양가 상한제, 분상제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무순위 줍줍 아파트에 이어 분상제 아파트에서도 청약 광풍이 불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건 말 그대로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의 가격에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입니다. 2005년 당시에는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공공주택에만 적용됐지만 2017년 들어서는 민간택지로까지 확대됐죠.
이게 취지는 좋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싸지니까 가격 폭등을 막아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겠다는 차원에서 시행됐거든요. 집은 사치재적인 성격도 있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필수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가 꼭 가져야 하는 물건인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리면 정부 입장에서는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또 분상제를 통해서 주변 아파트값도 내려갈 것이라고 봤었어요.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탄탄한 커뮤니티 시설도 갖춘 아파트가 주변 아파트보다 싼 가격에 들어오면, 자연스레 편의성이 조금 부족한 구축아파트의 가격이 신축보다는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엔 이런 예상은 빗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분상제를 통해서 주변보다 싼 가격에 분양된 아파트는 나중에 주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죠. 또 주변 구축아파트들의 가격이 전혀 떨어지지도 않고 말이죠.
투기과열지구 중에서도 일부 집값 과열의 우려가 있는 곳들에 분상제가 적용됐는데요, 이게 가뜩이나 돈이 몰리는 지역에 적용되는 규제인데다가 부동산 불패신화까지 깨지지 않으니까 예상했던 가격 하락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 분상제 아파트 청약은 로또라는 공식까지 생기게 된거죠. 당장 올해만 해도 7월에 서초구에 있는 래미안 원펜타스가 후분양으로 청약을 진행는데 1순위 178가구 모집에 거의 10만명이 몰려서 5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죠. 당첨만 되면 20억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말에서 그랬는데요,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 84㎡의 분양가가 20억원이 넘었는데 당시에 인근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의 같은 평형 세대가 43억원에 거래가 돼서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시세차익을 수십억원 본다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청약을 넣었습니다. 자신의 자금 상황이나 청약 조건을 제대로 따지지도 일단 청약을 넣고 본 거죠. 결국, 전체 분양물량 292가구 중에 50세대가 부적격으로 당첨이 취소됐습니다.
분상제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자 원자잿값이 많이 올랐죠. 그래서 공사비도 많이 올랐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29.71로 전년 동월보다 1.82% 올랐습니다. 이 지수는 2020년 공사비를 100으로 보고 증감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수치입니다. 4년 전보다 공사비가 많이 올랐다는 게 보이죠.
공사비는 올랐는데 분양가에는 제한이 걸려있으니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금싸라기 땅이라는 강남권에서도 선별적으로 재건축 수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럼 과연 현재 분상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
신축 희소성이 분양 선호를 높이거나 물가 상승으로 분양가 인상 요인이 클 때 청약 열풍과 공급 지연을 일으키는게 분상제 제도긴 합니다. 하지만 당장 제도 폐지를 할 수 없는 만큼 보다 보다 필요한 수요자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청약가점제에 자산기준을 포함하는 식으로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분상제 때문에 청약이 로또청약이 됐다는데, 청약가점제에 가산기준까지 포함하면 중산층은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정당하게 세금 떼고 저축하고 투자하면 손해보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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