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분담금 5억 어떻게 내지… 1기신도시 고령층 벌벌

양념통집사 2024. 6. 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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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폭등에 사업성 높은 분당도 추가분담금 리스크 부상
주민 동의율 높이기에 급급… 선도지구 지정 후 문제될 수도

"1억원 정도라고 해서 동의했는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양아파트 단지 내에서 지난 11일 만난 30대 주민 A씨는 재건축 추가분담금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예상보다 수억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하소연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가운데 집값이 가장 많이 올라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분당신도시에서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가분담금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2일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한 이후 1기 신도시 주민들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웠다. 재건축 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 공사비 급등과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추가분담금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1기 신도시에서 장기간 실거주한 노년층을 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역세권 대단지이면서 고도 제한이 없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 비율)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서현동 시범단지(한양·삼성)를 중심으로 사업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추가분담금은 재건축 사업에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인근 시범단지 현대아파트의 30대 주민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주민은 추가분담금에 대해 "33평 기준 1억5000만원 정도를 예상했다"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분담금이 2억원 미만일 것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2억원을 넘으며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양지마을의 한 주민 역시 "동의는 했지만 2억~3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취재를 통해 만난 분당 주민 11명 가운데 9명은 사업성이 높다는 말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했지만 추가분담금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머지 2명은 "시세차익보다 낡은 시설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분담금이 4억~5억원이 돼도 상관없다"는 응답을 했다.

실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2022년 말 1기 신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적정 분담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억원 이하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78.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추가분담금 규모가 주민들의 예상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을 기록해 2020년(480만3000원) 대비 43% 급증했다.

서울 인기 지역의 정비사업도 주춤한 상황에 조합원이 내야 하는 추가분담금이 불어남에 따라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가 낮은 단지의 경우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의 여파로 사업성이 저하된 상태인 만큼 사업 참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자칫 분양 흥행에 실패하면 미분양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장 취재를 통해 파악한 공인중개사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분당 공인중개사무소 가운데 취재에 응한 6곳 모두 전용면적 84㎡(33평) 기준 분담금이 최소 4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측했다.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현재 33평 기준 시범단지 매매가가 16억원 정도인데 분담금을 4억~5억원 내면 일반분양가가 최소 20억원가량"이라며 "이 가격의 이상으로 가격이 오를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선도지구 지정에 대한 기대로 호가가 뛰었다'거나 '분당에 매물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방문한 분당의 공인중개사들은 눈에 띄는 거래 변화나 매수세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현동 시범단지(한양·삼성)의 매물만 가격 상승 움직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선도지구 발표 이후에는 관심이 올라가는 추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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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폭탄 최대 피해자 '고령자' 될듯

분담금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1기 신도시에 장기 거주한 고령층의 피해가 예상된다. 1기 신도시 건설 초기에 입주한 고령자들은 경제활동 비율이 낮고 노후 소득으로 추가분담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분담금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원주민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이른바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우려된다.

시범단지 삼성아파트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80대 B씨는 "입주 때 1억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 분담금만 수억원을 내야 한다는 게 당황스럽다"며 "노인들은 대부분 반대하고 젊은 세대가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10년 가까이 걸리는 재건축을 기다리다가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토로했다.

같은 단지 70대 C씨도 "동네 노인 10명 중 9명은 반대하는 것 같다"며 "사업성이 좋다고 해 동의했지만 사실은 걱정"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양지마을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분담금에 대한 우려들이 커지고 있다"며 "분담금을 30년 동안 나눠 내도 되거나 장기 거주한 사람은 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짓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의율이 선도지구 선정 기준의 60%를 차지하다보니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 소문이 있다"며 "분담금과 관련해 거짓소문으로 사업 추진 이후의 갈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질수록 갈등 문제가 우려된다. 정부가 정비사업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담금 증가로 인한 둥지 내몰림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원주민의 정착률을 높이는 것과 노후주택을 정비하는 공익 가치를 분석해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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