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대출한도 수천만원 줄어 실수요자 혼란
실수요자 반발 거세지자, 일단 후퇴한 정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디딤돌 대출 규제가 잠정 유예됐다. 문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마지막 남은 서민의 동아줄까지 끊어버리지 말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22년 3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정부가 최근 대표적인 서민 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가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잠정중단 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후퇴다. 지난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디딤돌 대출 규제가 잠정 유예됐다. 문 의원은 유예가 아닌 전면 철회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디딤돌 대출 금리를 지난 8월 소득 구간별로 0.2~0.4포인트(p) 올리더니, 두 달 만에 대출한도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을 계획하던 신혼부부 등이 혼란에 빠졌다. 이들은 잔금 마련을 위해 금리가 더 높은 보금자리론 등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대출한도를 축소하려는 배경에는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지난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책 모기지의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책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증가해 전달(9조7000억원) 보다 증가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정책대출은 늘었다.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은 지난 8월 3조9000억원 늘더니 지난달에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대출한도에서 소액임차보증금(서울 5500만원)을 제하는 방수공제를 필수 진행하고, 생애최초 구입자의 LTV(담보인정비율)를 80%에서 70%로 낮추는 게 핵심 내용이다. 준공 전 아파트에 대한 후취 담보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된다. 5대 시중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대출 취급을 제한할 예정이었다.
때문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디딤돌 대출 제한 소식에 불만을 쏟아냈다. 복수의 네티즌은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잔금을 대출할 때 이제는 디딤돌 대출을 받지 못하는 건가", "서민을 위한 대출을 갑자기 제한해도 되는 건가", "급하게 다른 대출 상품을 알아보고 있는데 답답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일단 규제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문 의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토교통부는 내부 논의 후 금융권에 오는 21일 시행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디딤돌 대출 규제에 나서려는 배경에는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다만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잠정중단 결정을 내렸다.
◆ "윤 정부 마지막 남은 서민의 동아줄 끊어버리지 말라"
지난 2014년 첫 출시된 디딤돌 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신혼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이 5억원(신혼 6억원) 이하의 집을 마련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 4억원)을 저금리(연 2.65%~3.95%)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신생아특례대출도 디딤돌 대출에 포함된다.
대출 취급이 제한되면 청약 당첨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준비하던 사람들은 디딤돌 대출로 잔금을 치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일반 매매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대출한도가 수천만원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3억원의 주택을 살 때 기존에는 2억1000만원까지 가능했던 대출이 1억55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열린 HUG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디딤돌 대출 등 서민대출에 제한을 가한 것을 지적하며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문 의원은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도지실장에게 "디딤돌 등 서민대출을 제한하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김 주택토지실장은 "정부 관계기관 간 협의해 대출을 줄이기로 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문 의원은 "유예기간도 없이 대출을 제한시켜서 정부를 믿은 사람들을 계약금을 날릴 위기로 몰아넣는 게 말이 되냐"며 "방수공제를 필수로 진행하면 최소변제금을 제외하고 대출금액이 나가게 돼 현금이 없는 사람들은 잔금을 구하지 못해 계약금을 날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의원은 국토교통부에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21일 시행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조속히 디딤돌 대출 규제 유예를 요구했다. 국토교통부는 결국 잠정유예 결정을 내렸다.
문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유예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수천 명의 시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언제 대출이 제한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서민에게 수천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금 마련에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리는 국민을 돌아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유예를 넘어 전면 철회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마지막 남은 서민의 동아줄까지 끊어버리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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