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실수요자들의 ‘패닉 바잉’이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2~3년 내 신축 아파트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집값 폭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서울·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민간이 서로 다른 통계를 기반으로 정반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국토교통부는 1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0년 평균 대비 부족하지 않으며 올해보다 내년에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아파트 입주예정 정보’를 인용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을 3만7897가구, 내년 4만8329가구로 추산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아파트 준공물량 장기평균(약 3만8000가구)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이는 민간 시장조사 기관에서 내놓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추정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2만3830가구, 내년 2만5192가구로 10년 장기평균(약 3만5000가구)에 못 미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급이 많다 적다의 기준은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절대적 수치만 놓고 보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 말했다.
정부와 민간의 입주 물량 전망치가 1만5000~2만3000가구 가량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집공고문을 기준으로 하는 민간 통계와는 달리 정부 통계에는 올해 7000가구, 내년 1만5000가구에 달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등 임대 물량이 포함돼 있다. 입주자모집공고가 의무가 아닌 30세대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도 정부 통계에만 포함됐다. 민간은 이들을 “정상적인 분양 물량으로 보기 어렵다”며 제외한 반면, 국토부는 “기존집 퇴거에 따른 입주 물량을 발생시킨다”며 집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물량 예상치
정부는 각종 공급 지표 역시 정상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올해 1~5월 누적 전국 공동주택 준공실적(18만4000가구)과 착공실적(10만7000가구)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31.4% 증가했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공급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 효과가 꾸준히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집계 시기를 올해 이전으로 앞당겨보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정부 설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착공 역시 2만1896가구로 2022년(4만5099가구)에서 51% 감소했다. 비아파트까지 포함한 서울 주택 착공은 8만4435가구로 10년 장기평균(약 21만9000가구)의 38%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도 37만1202가구로, 2022년(57만7399가구)보다 35%가 줄었다. 10년 장기평균(약 82만7000가구)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친다. 착공부터 입주까지 통상 약 3년의 시차가 있음을 고려하면 시장이 우려하는 ‘2026년 공급부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장의 우려처럼 공급 부족이 ‘집값 폭등’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가계의 소득 수준이나 이자율, 정부의 대출 의지같은 다른 변수 역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의 집값 상승세는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보다 정부가 신생아특례대출 등을 출시해 실수요자들의 대출 문턱을 낮춘 영향이 크다”며 “상승세가 계속되려면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가계의 소득과 경제의 펀더멘털이 받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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