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빌라 직격한 공시가... "3.8억 전세, 8000 내려야 보증 가입"

양념통집사 2023. 3. 27. 14:33
728x90
반응형

공시가 급락에 집주인 비상
5월부터 전셋값 대폭 낮춰야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다세대·연립주택 모습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로 내려가면서 빌라 임대차시장에 후폭풍이 거세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수요가 확 줄어든 상황에서, 공시가 급락으로 기존 시세대로 집을 내놓으면 전세금반환보증 대상에서 무조건 탈락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새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내주는데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속출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빌라 집주인 집단 멘붕

서울 시내 부동산 상가에서 한 시민이 빌라 등 주택 거래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아파트 전세시장과 달리 빌라는 정부의 전세보증이 절대적이다. 빌라 전세는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이 90% 안팎을 형성할 정도로 높아 전세보증을 끼고 전세 계약을 하는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전세보증 대상에서 제외된 빌라는 사실상 전세입자를 들이기 어렵다.

이번 공시가 급락으로 빌라 집주인이 멘붕(멘털 붕괴)에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시가 급락으로 전세금을 웬만큼 낮추지 않는 이상 전세보증 대상에 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빌라를 고리로 한 전세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5월부터 새 제도를 예고했다. 전세보증 대상을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추고, 빌라 전세가율을 따질 땐 일부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공시가 140%를 사용하도록 한 게 골자다. 이를 종합하면 앞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으로부터 전세보증서를 받으려면 빌라 전셋값이 반드시 '공시가X126%'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처럼 공시가가 급락하면 자연히 전세보증 기준선도 내려간다.

26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중개업소엔 A빌라가 3억8,000만 원에 전세 매물로 올라왔다. 이 빌라의 지난해 공시가는 2억7,200만 원으로 현 전세보증 가입 기준(공시가X140%)에 따라 전셋값을 맞췄다. 기존 세입자는 전세 4억 원에 살고 있지만, 집주인이 전셋값을 2,000만 원 내린 것이다.

하지만 올해 공시가가 확정(4월 30일)되고, 새 전세보증 제도가 시행되는 5월 1일부터 A빌라는 지금 시세대로 세입자를 받으면 전세보증 대상에서 무조건 탈락한다. 이 빌라의 올해 공시가는 9.9% 내린 2억4,500만 원. 공시가X126% 공식을 대입하면, 전셋값을 3억870만 원선에 맞춰야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해진다.

 

"전세금 반환에 비상"



A빌라 주인으로선 한 달 안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5월 1일부턴 전세금을 3억 원까지 내리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리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 달 안에 전세입자를 구해도 문제다. 현재 전세보증 기준선(공시가X140%)이 시세처럼 쓰이는 빌라 전세시장 특징을 감안하면, 앞으로 공시가 하락과 맞물려 전세시세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인근 빌라가 A빌라 상황과 비슷하다.

시장은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잇따를 것으로 본다. 해당 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세입자 전세금으로 기존 세입자 전세금을 내주는 게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집주인에게 어떻게 안내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 가격과 괴리가 큰 공시가를 전세보증 1순위 기준으로 활용하게 한 정부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