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간 영업손실 '1조2209억'
매출 32조6944억, 목표 초과 달성
현대ENG 해외 프로젝트 영향도
실적 발표 이후엔 주가 9% 급등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국내 대표 건설사 현대건설이 23년만에 최악의 연간 성적표를 내놨다. 막대한 규모의 직전 분기 손실로 인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조 단위' 적자로 돌아섰다. 새 수장으로 결정된 이한우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의 취임 후 첫 실적 발표에서 대규모 손실을 밝힌 것은 회사가 향후 경영여건을 개선하고자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현대건설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연 매출 32조6944억원, 영업손실 1조2209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은 연간 최대 수준으로,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0.3% 증가한 32조6944억원이었다. 매출 목표인 29조7000억원을 10% 이상 초과 달성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30조3873억원, 수주 목표는 31조 1412억원, 영업이익 목표는 1조1828억원으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지난 2001년 4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이후 최대치인 1조2209억원의 적자를 지록했다. 연간 기준 23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순손실 역시 73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은 무려 1조733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7조2710억원과 1조131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낸 일시적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9~2021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인도네시아와 사우디 등 해외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수주했다. 일부 현장에서 나온 손실 규모가 지난해 총 1조2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제공]
증권업계에서는 전형적인 '빅배스'라고 평가했다. '빅배스'란 '목욕을 해서 더러운 때를 씻어내는 것'처럼 과거의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부임한 회사라면 전임자 임기 당시의 손실을 최대한 털어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수장 교체 이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CEO를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으로 내정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통인 수장들이 취임하면서 '빅배스'를 통해 최대한 지난해에 반영하고 올해를 도모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전년의 기저효과로 인해 숫자가 깔끔하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들의 임기 초반 부실을 터는 동시에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며 주가도 빠르게 회복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 현대건설 주가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발표 이후에 도리어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건설은 전날보다 9% 급등한 2만8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2만6200원에 시작, 2만6000원선에서 횡보했으나 실적 발표 뒤 상승 폭을 키웠다.
현대건설은 "자회사 프로젝트 등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공정 관리를 강화해 수익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원전을 포함해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태양광·수소사업 등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기후 변화와 폭발적인 에너지 소비 확대에 대응하고 신개념 주거상품 개발과 생산기술 혁신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매출 목표로는 30조3873억원을 제시했다. 수주목표와 영업이익 목표는 각각 31조1412억원, 1조1828억원이다. 2024년 현재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조3964억원, 순현금은 2조1498억원이다. 지불능력인 유동비율은 144.7%, 부채비율은 178.8%로 각각 집계됐다. 신용등급은 업계 최상위 수준인 AA-(안정적)다.
다만 빅배스 이후에도 올해 건설업황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 역시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조 연구원은 "급격하게 상승한 공사원가를 도급액에 반영하지 못한 주요 현장들의 준공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실적 부담이 클 수 있으나, 구조적 비용 문제가 아닌 일회성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에서도 밀린 현대건설의 주가가 폭등했다니 흥미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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