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보름 만에 도시 지형 바꾸다
파주행 GTX에 몰린 서울역 퇴근길 - 13일 오후 GTX-A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의 서울역 승강장에서 이용객들이 파주 운정중앙역행(行)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통한 이 노선 덕에 파주 운정중앙역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서울역까지 22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서울역까지 한 번에, 22분이면 갑니다. 출퇴근은 물론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윤모(41)씨는 작년까지 출근하는 날이면 매일 3시간을 길 위에서 허비했다.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전철역(야당역)까지 자동차로 10분이었고, 경의중앙선을 타고 44분을 가야 서울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약 1시간 20분이 걸렸다. 버스를 타면 한 번에 닿는 광역 버스가 없어 걸리는 시간이 1시간30분을 넘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파주와 서울역을 잇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이 개통하면서 새해부터 윤씨의 출퇴근 시간은 눈에 띄게 단축됐다. 집에서 운정중앙역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서 GTX를 타면 22분 후 서울역에 도착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서 사무실 책상 앞까지 50분이면 충분했다. 윤씨는 “출퇴근 시간이 절반 정도로 줄고, 주말이면 서울에서 쇼핑하고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도 너무 편해졌다”며 “운정신도시 주민 사이에선 ‘GTX 개통은 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GTX 개통으로 파주 운정이 입주 15년 만에 비로소 수도권 신도시로서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28만여 명인 운정신도시는 2003년 수도권 2기 신도시로 계획돼 2011년 입주가 시작됐다.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하려고 조성됐지만, 서울 시내와의 접근성이 ‘낙제점’이었다. 일자리는 서울에 있는데 변변찮은 철도망 하나 없는 베드타운을 수요자들은 외면했다. 서울로 연결되는 대중교통이 부실하니 입주민들은 교육·쇼핑·문화생활 같은 생활 인프라에 부족함을 느꼈다. 아파트 값은 제자리걸음이었고, 미분양 단지도 많았다.
운정신도시의 가장 큰 단점이던 대중교통 문제를 GTX가 해결하면서 신도시 본연의 기능이 살아나고, 입주민들의 생활 범위가 서울로까지 확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GTX-A 노선이 서울역부터 삼성역을 거쳐 수서까지 이어져 완전히 개통하는 2028년이면 수도권 인구 분산과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파주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잇는 GTX-A 구간은 총 32.3㎞로 킨텍스, 대곡, 연신내 등 다섯 역에 정차한다. 최고 시속 180㎞로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22분에 주파한다. 이 구간 요금은 4450원이다. 개통 직후부터 파주·고양 지역 주민들이 활발히 이용해 빈 좌석을 찾기 어렵다. 개통 후 16일간 누적 이용객이 58만7094명이다. 작년 3월 먼저 개통한 GTX-A 남부 노선(수서역~동탄역)이 첫 16일 동안 15만447명이 이용한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많다. 휴일에도 서울로 오가는 이용객이 많다. 지난 12일 4·6세 두 자녀와 명동에 놀러가려고 GTX를 탔다는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 임정은(35)씨는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생활권 자체가 서울까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정신도시는 GTX-A 개통 전까진 양주신도시 등과 함께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동탄 등 다른 2기 신도시가 서울 강남권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이 계속 확충된 것과 달리 강북 지역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GTX-A 개통 직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운정신도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11~12월까지는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문의도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20통 넘게 전화가 온다”며 “아직 이 지역 집값이 저평가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 장이 좋아지면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1일 GTX-A를 타고 운정중앙역과 킨텍스역 근처 아파트 단지를 둘러봤다는 직장인 김지원(30)씨는 “6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찾고 있는데, GTX를 타면 서울 출퇴근도 할 만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운정 전셋값이 서울 외곽 신축의 절반 정도라고 해 예비 남편과 진지하게 상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역까지만 연결되는 노선이 2028년 전 구간 개통돼 삼성역으로 이어지면 운정신도시를 찾는 수요는 지금보다도 늘어날 전망이다. 운정중앙에서 삼성역까지 이동 시간이 30분 이내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다만 GTX-A 노선 하나만으론 서울로 쏠리는 주택 수요를 완전히 분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도 대다수 수도권 신도시가 서울과 먼 거리에서 교통망이 단절된 채 방치돼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장기적으로 GTX-B·C 같은 다른 광역 교통망까지 갖춰져 수도권 어디서든 서울 시내로 30분 안팎에 진입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수도권 주택 가격이 단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GTX B,C도 마저 개통됐으면 좋겠습니다. 연장노선 포함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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